이 책은 17세기 이탈리아 의학자 베르나르디노 라마치니 Bernardino Ramazzini, 1633-1714의 저술을 모은 유고집이다. 라마치니는 ‘산업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로, 노동자들의 질병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직업이나 환경이 질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그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가령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저술한 바 있으며, 로마 시대의 갈레노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직업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 있으며 이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16세기 독일 의사 아그리콜라는 많은 광산 노동자들이 작업 중에 발생한 먼지 때문에 천식을 앓고 심지어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음을 밝혔다. 이처럼 17세기 이전에 직업과 관련된 질병을 다룬 의사들과 라마치니가 구분되는 점은, 직업병을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보고 환자의 진단에 있어서 직업을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라마치니는 1700년 직업병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집약한 저서 『노동자의 질병』De morbis artificum diatriba을 발표하고, 그 서문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직업력을 조사해야 할 필요성, 직업병 검진에 있어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형성이 갖는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책은 광부, 석공, 레슬링 선수, 농부, 조산원, 군인, 서기, 성직자 등 사회적 계층을 초월한 52개 직종에서 나타나는 직업성 질환들을 망라했다. 라마치니는 이 질환들을 수은, 납, 먼지 등 작업 환경의 위험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과, 작가에서 나타나는 근육 경련이나 구두수선공에서 나타나는 어깨 변형처럼 같은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로 구분하여 다루면서, 그 예방책과 치료법을 제시했다.『베르나르디노 라마치니 의학 및 생리학 업적집』은 이탈리아 론디니Londini에서 1718년에 발간되었다. 이 책은 제네바 의사 장 자크 망제Jean-Jacques Manget(라틴어 이름은 Johann Jacob Mangetus), 1652-1742가 쓴 서문과 라마치니에 대한 짤막한 전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본문은 총 10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노동자의 질병』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으며, 그 외에 여러 주제에 대한 강연록을 비롯하여, 토리첼리Evangelista Torricelli, 1608-1647 수은주의 높이가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전염병들, 수력학을 이용한 치료법 등 의학과 관련된 라마치니의 각종 논고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실린 『노동자의 질병』은 1713년 출간된 제2판으로 라틴어로 쓰였으며, 1940년 윌머 라이트Wilmer Cave Wright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에서 출판된 이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일본, 한국 등지에서 각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서양의 의학과 과학 고서(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