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학자 프랭클린 기딩스(Franklin Henry Giddings, 1855-1931)의 주저로 1900년 출간되었다. 신용하문고는 이 초판본을 소장하고 있다. 1894년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에서 미국 최초의 ‘사회학’ 전임교수가 된 기딩스는 심리학과 사회학을 적극적으로 조합하고자 했으며, 양적 분석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한편, 실증주의와 사회진화론적 관점을 융합하는 설명의 체계를 수립하고자 했다. 이런 사회진화론의 입장에서 그는 인류문명의 진보와 근대적인 세계질서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을 시도하는데, 그 결과가 이 책이다. 기딩스에 따르면, 인류 사회는 원시적인 혈연 공동체로 구성된 사회에서 경쟁을 통해 점점 보다 크게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왔다. 따라서 ‘반(半)문명’, ‘미개’, ‘야만’ 상태에 있는 작은 국가들은 더 큰 정치적 결합체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자기보다 ‘문명적’인 국가들의 보호 아래에 놓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여기에는 군사적 정복과 같이 강제적 방법이 활용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딩스는 문명의 진보를 지향하는 심리적, 윤리적, 경제적 동기가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이렇게 한 사회로 통합시켜주는 기제를 ‘종류의 의식(the consiousness of kind)’라는 개념을 만들어 제시하는데, 이 기제가 만들어낸 당대적인 결과물로 19세기의 대영제국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대영제국은 제국과 민주주의가 결합된 ‘민주적인 제국(democratic empire)’으로서 문명 진보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자 필연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나아가 기딩스는 당대 인류 문명이 대영제국 및 신흥 제국인 미국 등 앵글로색슨 민족이 대표하는 ‘민주적인 제국’과 러시아 등으로 대표되는 폐쇄적이고 전제적이며 착취적인 제국이 경쟁하는 구도이며, 민주적인 제국이 중심이 되어 보다 많은 지역과 민족에 대한 지배를 확장하여 성공적으로 통합한다면 그 지배 아래에 놓인 식민지역 또한 민주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질서가 어떠했는지 파악하는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폴 사무엘 라인슈(Paul Samuel Reinsch, 1869-1923)의 『19세기말의 세계정치(World Politics at the End of the Nineteenth Century, 1900)』와 더불어 기딩스의 이 책은 제국주의 시대의 도래를 전제하거나 옹호하는 입장으로서 중국과 일본에 즉각 수용되는데, 특히 이 책은 우키타 카즈타미(浮田和民)의 신문 연재 기고문인 「日本之帝國主義」(1901)와 「帝國主義之理想(1902), 도쿠세고지(獨醒居士, 필명)의 時務三論(民友社, 1902)에 소개되었고, 이런 일본 사상계의 동향을 접한 량치차오(梁啓超)는 現今世界大勢論(1902) 등을 써서 이를 중국의 사상계에 알렸다. 이 책은 총 2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첫 번째 장 ‘The Democratic Empire’에 전체 주장에 대한 요약이, 마지막 장 ‘The Gospel of Non-resistance’에 결론이 제시되는 가운데, 사이의 장들에서는 기존에 발표되었던 논고들을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의 경우 본문에 연필로 간단한 표시들이 되어있는 페이지들이 있으며, 뉴브런즈윅 신학교(New Brunswick Theological Seminary)의 Gardner A. Sage Library에 소장되었던 바 있는 자료로 보인다. 뒷 표지 내지에 해당 도서관의 대출표로 추정되는 종이가 부착되어있다. [2025년 연구용역 보고서 『실사구시의 열정으로 이룬 지성의 금자탑: 화양 신용하 교수의 연구와 『신용하 문고』 에 담긴 보물들』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