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성 소장 공문서와 조선 문헌에 기초해서 조미수호통상조약(1882)의 체결을 중심으로 조선의 개국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개국(開國)’의 의미를 “국책(國策)으로 쇄국(鎖國)을 해오던 동양 국가와 서양 국가 간의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며, 서양인들과의 정규적인 통상(通商) 관계를 창설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어떤 사태 아래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조약의 체결을 통해 개국이 이뤄졌는가라는 것은, 개국한 국가의 국제 정국상(政局上)의 지위를 결정하며, 이후 국가적 발전의 출발점을 이룬다.”라고 단언했다.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조선의 개국 과정이 갖는 특수성은, 같은 동양의 이웃 국가인 ‘개국’을 담당하여 구미 열강의 인도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이에 따라 본서는 전체적으로 조선의 개국을 서술하는 데 일본의 역할과 영향력에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 오쿠다이라 다케히코(奧平武彦, 1900-1943)는 효고현 출신으로 1924년 도쿄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이후 같은 학부의 조수로 근무하다가 1926년 경성제국대학의 창설과 동시에 조선으로 건너와 법문학부에서 정치학·정치사 및 외교사 강좌를 담당했다. 1928년 1월부터 1930년 9월까지 영국·프랑스·독일·미국 등지에서 외교사 관련 문헌을 수집하였으며, 이 책은 그 산물이다. 조선의 도자기·회화·서적 등 문예(文藝)에도 조예가 깊어서 조선총독부의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많은 관련 학술논문도 발표했다. 이 책은 「서언: 동양 제국(諸國)의 개국의 의의」·「조선의 개국에 이르는 전주곡」·「강화조약에 의한 일선(日鮮) 관계의 수립」·「조선과 미국 간 외교관계의 성립」·「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의 조약 체결」·「결언」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 개국의 전사(前史)로 영국의 애머스트호와 사마랑 호의 도착으로부터 병인박해와 병인양요, 제너럴셔먼호 사건, 신미양요 등을 서술한 후, 조일수호조규와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체결 경위를 주로 다루고, 다른 서양 국가들과의 조약 체결 과정을 간략히 서술했다. 부록으로 「조선외국관계약연표(朝鮮外國關係略年表)」와 로버트 슈펠트(Robert W. Shufeldt)가 1882년 텐진(天津)에서 캘리포니아 전 상원의원 사전트(Aaron A.Sargent)에게 보낸 서한이 첨부돼 있다. 초고는 1935년에 『경성제국대학법학회총간(京城帝國大學法學會叢刊)』 제1호로 발표되었으며, 단행본으로 간행되면서 「조선의 조약항과 거류지」라는 장편의 논문이 함께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