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학수(林學洙, 1911-1982)는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한 1931년 『동아일보』에 시 「우울」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첫 시집 『석류』(1937년)를 발간한 이래 임화(林和), 최재서(崔載瑞)를 비롯하여 당대 문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팔도풍물시집』(1938년), 『후조(候鳥)』(1939년), 『전선시집(戰線詩集)』(1939년), 『필부(匹夫)의 노래』(1948년)까지 총 5권의 시집을 남겼다. 해방 직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였고, 한국전쟁 중인 1951년 4월 가족들과 함께 실종되었다. 이후의 행적으로는 북한에서 영문학 연구와 번역 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확인된다. 『세계단편선집』은 영미권 작가의 단편소설 12편을 이호근(李晧根)과 함께 번역한 선집으로, 해방 직후에 임학수가 내놓은 최초의 저작이다. 공역자인 이호근은 임학수와 마찬가지로 경성제대 법문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서문에서 임학수는 “지금까지 우리들은 번역문학이라는 것을 과소평가하여 왔다”고 지적한 뒤, 해방됨에 따라 “우리의 고유한 문자 우리의 고유한 언어로서의 가장 참신한, 때로는 가장 심오한 외국의 현대문학과 고전을 번역하고 비판할 때가 이른 것이다!”라고 하면서 발간 경위를 밝히고 있다. 수록된 작품과 각 작품의 번역자는 펄 벅(Pearl S. Buck)의 「피난군(避難群)」(임학수 역), 캐서린 맨스피일드(Katherine Mansfield)의 「인형의 집」(임학수 역), L. 오플래어티(Liam O’Flaherty)의 「가난한 사람들」(임학수 역), 「은화 한 푼」(임학수 역), 「편지」(이호근 역),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의 「봉고-」(임학수 역),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뜻 큰 손님」(임학수 역), 존 골즈워디(John Galsworthy)의 「죄수」(임학수 역), 타고르(Rabindranath Tagore)의 「이웃집 미인」(임학수 역), 아놀드 베넷(Arnold Bennett)의 「고향으로 가는 편지」(이호근 역), 서머셋 모옴(Somerset Maugham)의 「메이휴 씨의 일생」(이호근 역), 레너드 메릭(Leonard Merrick)의 「동화 속의 왕자」(이호근 역)이며, 맨 끝에 간략한 작자 소개가 첨부되어 있다. 시인인 동시에,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 낭만주의 영시(英詩) 등을 다수 번역한 영문학자이자 번역가 임학수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저작이다. 『세계단편선집』은 1946년 7월 신조사에서 초판 발행되었고, 같은 해 10월 백수사에서 재판이 발간되었다. ‘백사문고’는 신조사에서 발행한 초판본을 소장하고 있다. 전광용과 백사문고(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