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사건국지>는 백암(白巖) 박은식(朴殷植, 1859~1925)이 번안한 역사전기소설로, 1907년 대한매일신보』에 10회 연재한 것을 같은 해 7월 간행하였다. 유학자·독립운동가이며 상해임시정부 2대 대통령직을 지내기도 한 박은식은, 황성신문』의 주필로 활동하며 민중계몽에 힘쓰고 신한혁명당을 조직하는 등의 항일 활동을 전개하였다. 서사건국지 또한 역사적 인물의 형상화를 통해 애국심과 저항정신을 고취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쓰였다. 본 문헌은 초판본으로, 현존본이 5권 이하인 희귀본이다. 발간 당시 많은 인기를 얻어 같은 해 11월 박문서관에서 순국문판 서사건국지(김병헌, 1907)가 발행되기도 하였다. 목차는 박은식의 ‘서’, ‘서사건국지목록’, ‘서사국계표’, 본문의 ‘서사건국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내용은 스위스의 영웅 빌헬름 텔의 일대기에 관한 것이다. 스위스가 독일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되는 과정을 다루면서 독립의 원동력으로서 영웅의 출현과 애국지사들의 비밀결사 모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실러(Schiller)의 희곡 『빌헬름 텔(Wilhelm Tell)』을 중역(重譯)한 것인데, 중국화양서국에서 간행된 정철(鄭哲)의 서사건국지(1902)를 번안하였다. 정철의 체제와 동일하게 총 10회의 중국식 회장체를 취하며, 사실상 국한문 혼용체로서 본래의 한문에 한글로 토를 달아 서술한 것에 가깝다. 대체로 있는 그대로의 축자적 번역에 충실하고 있으나, 정철의 서사건국지와는 달리 중국의 발흥에 대해 역설하는 내용의 11줄이 삭제되었다.‘서’에서 박은식은 ‘열강지간(列强之間)에 표치(標置)야 독립(獨立) 자주(自主)를 공고(鞏固)히’하고자 하는 바람을 내비친다. 『서사건국지』의 표지 상단에는 ‘정치소설’이라는 표제가 적혀 있는데, 이는 한국 최초의 정치소설로 손꼽히는 저작으로서, 이를 통해 “사람을 감동시키기 가장 쉽고” “풍속 계급과 교화 정도에 관계가 매우 큰” 소설의 역할에 주목하였던 그의 개화계몽기 소설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최민지>